▲ 회현당에서 일하는 어르신들과 생명나눔재단 관계자들이 환하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생명나눔재단 첫번째 마을기업 '회현당'
어르신 6명 "보람으로 가득 찬 나날들"

문을 열자 고소한 냄새가 코 끝을 자극한다. 향긋한 커피 냄새는 두 눈을 감게 만든다. 자리를 잡고 다시 눈을 뜨니 할머니들이 보인다. 이곳은 회현마을공동체에서 운영하는 '회현당'이다. 홀몸어르신들에게 사회안전망과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생명나눔재단(이사장 안진공)의 첫 번째 마을기업이다.

회현동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생명나눔재단은 폐지를 주워 생계를 잇는 어르신들에게 경제적 도움과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자는 생각으로 회현당을 세웠다. 지난해 2월 공사에 착수해 준비 과정을 거쳐 같은 해 8월 2일 문을 열었다.

문을 연 지 1년이 다 돼 가는 회현당에서는 커피와 참기름, 팥빙수 등을 판매한다. '마음만은 김태희', '파랑새 아가씨', '원더우먼', '오드리될뻔' 등의 별명을 가진 어르신 6명이 일하고 있다. 4명은 참기름을 짜고 나머지 2명은 커피와 팥빙수를 만든다. 어르신들은 건강 상태를 고려해 오전과 오후로 나눠 하루 2~3시간씩 탄력적으로 근무한다. 어르신들은 매주 수요일 오후 4~5시에는 자원봉사자에게 오카리나를 배우기도 한다.

회현당에서 파는 커피는 '할메리카노'다. 참기름 착유에 비해 힘이 덜 드는 단순노동이어서 80세 이상 어르신 2명이 일을 맡고 있다. 어르신들은 긴 세월 살아온 인생의 깊은 맛을 할메리카노에 담아낸다. 입 안 가득 퍼지는 할메리카노 향기는 어르신들의 인생 경험만큼이나 구수하고 진하다.

회현당에서 커피를 판매해 거둔 수익금은 회현동에 사는 폐지 줍는 어르신 50여 명에게 생필품, 밑반찬 등을 지원하는 비용으로 사용된다. 또 회현동 어르신들은 회현당에서 무료로 고단함을 달랠 수 있다. 이곳이 어르신들의 사랑방인 셈이다. 카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6시까지 운영되며, 일요일은 휴무다.

▲ 회현당 바리스타 할머니들이 커피를 내리고 있다.

별명이 '마음만은 김태희'라는 바리스타 이태임(84) 씨는 "폐지를 줍던 이전과는 달리 극적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손님들이 맛있게 커피를 마실 때 참 보람 있고 뿌듯하다. 건강이 따라준다면 85세까지 커피를 만들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회현당이 자랑하는 '외할머니 참기름'은 최근 경남의 참기름 제조기업 가운데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식품안전관리기준(HACCP) 인증을 획득했다. 이를 통해 위생 관리에 대한 공신력을 확보하게 됐다. '외할머니 참기름'은 이밖에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성분이 단 한 번도 검출되지 않아 안전한 먹을거리로 평가받기도 했다. 참기름 판매 수익금은 회현당에서 근무하는 어르신 6명의 월급, 식사 지원 등에 쓰인다.

임철진 생명나눔재단 사무총장은 "회현당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신청했다. 현재 선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공익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더 많은 나눔을 실천하고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송정빈 인턴기자 sjb@gimhaenews.co.kr